다시 생각해도 아쉬움은 안 남지만, 관심이 고마운 여인 - 장애우 여인 편하게 가볍게

 오랜 든운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봉사활동 중에 생겼던 이야기이다.
 정신지체 장애인들과 같이 눈썰매장에 가는 활동에 참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이 필요한 분과 짝을 이루게 되었고, 눈썰매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장애우 분들과 같이 이동하면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그 분들의 행동을 볼 수 있었다. 말을 거의 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, 말을 많이 하기는 하나 세네살 아이들이 할 만한 수준의 말만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. 
 
 나는 굉장히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분과 짝을 이루었는데, 그 분은 180이 넘는 키에 하얀 피부, 곱상한 외모를 가진 아주 잘 생긴 남자 분이었다. 그런데, 말을 전혀 못 하고, 심지어 대변도 못 가린다.;; 그 분의 외모에 감탄하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었다... 나름 최선을 다해 그 분과 활동을 하려 했지만, 말을 전혀 듣지 않으니 모든 것을 힘으로 해야만 하는데, 170의 남자가 180이상 되는 사람을 힘으로 끌다보니, 활동은 거의 못 하고 거의 앉아있으면서 다른 장애우들 관찰하고, 다른 봉사자들하고 얘기나 조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.
 '선생님~.'
 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서 그 쪽을 보니 어느 여자 봉사자 분이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. (복지관에서 봉사활동을 해본 사람은 누구나 알겠지만, 그 곳에서는 봉사자보고도 선생님이라고 한다.)
 장애우 수가 적지 않다보니, 봉사자들도 꽤 많았고, 물론 낯선 여자 봉사자들도 있었다. 그 분들 중 딱히 시선이 간다던지 하는 분은 없었다. 
 '전화번호 달라는데요.'
 나에게도 이런 일이 오는구나 싶었다. 낯선 사람이 연락처를 달라고 한다니... 이 때는 귀금속 여인을 만나기 전이라 정말 최초의 사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.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정신상태가 정상에 조금씩 가까워질 무렵이라 누가 관심을 보인다면 꼭 기회를 잡을 생각도 있었다.
 '누가요!!'
 내 얼굴 표정에 반가움이 심하게 드러났을 것으로 생각된다. 누구인지, 얼굴이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.
 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르키는데... 썰매장으로 오는 차에서 내 뒤에 앉았던 사람이었다.
 반가움이 아닌 당황스러움으로 다가왔는데, 그 첫번째 이유는 장애우라는 것이었다...; 그리고 두번째는 남자같이 보인다는 것...
 헤어스타일도 남자, 체형도 남자, 옷차림도 남자... 심지어 목소리도 남자였다. 여성들 중에서 중저음을 가진 목소리가 아니다. 그냥 남자 목소리이다.;;
 당황스러움을 애써 누르며
 '아... 여자 분이 달라고 하신거 아니에요?'
 라고 말하자 오는 대답은 충격적이었다.
 '여자에요~'
 누가봐도 남자로 보이고 남성의 조건들을 두루 갖춘 분이 여자라니... 당황스러움과  함께 여자를 남자로 오해한 것에 많이 죄송해하고 있었다. 여자로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아닌가...
 그런데, 다행히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고 있었다. 기분이 안 상해서 다행이기도 하면서 그 분이 여자같은 행동을 하는 첫번째 모습이었다.
 보는 사람도 있고, 남자로 오인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, 대놓고 거절하면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것도 같아 그냥 번호를 찍어주었다. 솔직히 그 뒤에 더욱 안 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하고...
 그리고 잠시 후에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여성 봉사자 분이 전화번호 주면 안 되는 거라고 말해 주었다. 보통 사람들하고 다르다보니, 완곡한 거절 같은 것을 인지하지 못 하고, 남녀관계의 예의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, 자기 좋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...
 그 때서야 나의 행동이 어리석었다라는 생각을 할수 있었다. 전화가 계속 온다면 나름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만, 그 장애우 분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...복지관 선생님이 주지 말라고 했다는 등의 얘기로 거절했어야 하는건데... 후회해도 이미 나는 전화번호를 찍어주었으니...
 그리고나서 내가 다른 봉사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, 내가 맡은 분을 챙기는 중에 나의 주변을 얼쩡거리면서 시선을 자꾸 나한테 던지고 있었다. 애써 못 본척하며 내 할일이나 하면서 나의 지나간 어리석음을 후회했다.ㅜ
 다시 복지관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잠시 앉아있다보니,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. 나보다 훨씬 큰 장애우를 힘으로 끌고다니느라 힘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었다. 잠시 잠에서 깨서 눈을 뜨니까 정면에 남자로 보이는 그 여자 장애우 분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. 아주 대놓고...;; 그 큼지막한 얼굴 크기와 끈적한 눈빛에 심하게 놀라며 얼굴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. 도망갈 곳도 없고, 보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... 할 수 있는 것은 잠 뿐이었다.
 
 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그 전화가 왔는지가 궁금할 것이다.(읽은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...) 

 활동이 끝난 후에 몇일 동안 그 전화번호 때문에 불안해 했다. 전화가 오면 받긴 받아야하는건지, 그냥 안 받고, 거부등록해야 하는건지... 어느 쪽이던 그 분한테 상처를 줄텐데...
 그런데, 의외로 일이 좋게 마무리 되었다.
 전화는 오지 않았다... 다행히도.
 왜 전화를 안 했는지는 알수 없지만, 내 나름의 추측은 이렇다.
 
 그 분은 내가 찍어준 번호를 저장할 줄 몰랐다. 내가 찍어서 저장까지 해 주길 바란 것이었는데. 그래서 번호를 저장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. 차에서 나에게 그 말을 할 기회를 노렸으나, 내가 내내 잠만 잤다...

 진실을 알수 없으나, 나도 많이 불편하지 않고, 그 분도 상처받지 않는 것으로 좋게 마무리되어서 참 다행었다. 
 


 지난 번 글에 나왔던 뚱녀, 이번 글에 나온 장애우... 공통점은 남자보다 더욱 육중한 골격과 체중, 큰 얼굴을 갖고 있었다는 점...
 
 그래서 나는 지난 번 글의 마무리 부분에 적었던 그러한 결론에 도달했었다...
 
 

 화도 잘 못 낼것 같은 곰돌이 푸우 눈매, 종교단체 사람들의 표적이 될 법한 만만한 인상이 어느 여인들에게는 호감으로 다가오는가 보다... 주로 중량급 여인에게...
 어쨌거나 그 분이게도 고마움을 느낀다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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